두근두근한 1박2일이 드디어 오늘입니다. 2차 부모힐링캠프. 엄마들이 일 년을 기다리던 날입니다.
대부분이 생후 1년 이전에 발생하여 평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뇌성마비장애는 보통 운동장애와 언어장애가 함께 발생하여 사회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중증장애입니다. 뇌성마비장애자녀를 품고 살아가는 부모님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조차 허락되기 힘든 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런 엄마들을 위해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는 2012년부터 6년째 힐링캠프를 떠나왔습니다.
자녀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엄마들을 위해 동시에 자녀캠프인 푸른캠프도 함께 운영하면서 말이지요. 믿고 맡길 곳이 있으니, 그리고 내 자녀도 즐거운 야외활동을 하니, 엄마들도 마음 놓고 1박2일은 ‘나’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지만 취소는 없습니다. 어떻게 잡은 휴일인데 말이죠. 게다가 우리에겐 든든한 틔움버스가 길을 열어 줄테니 걱정 없습니다. 아이들도 간만의 야외활동에 기분이 들떴습니다. 새 버스라 시트가 완전 푹신합니다. 기사님께서 출차한지 한 달 된 버스라고 하시네요. 다 같이 깨끗하게 쓰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안전벨트도 필수지요. 버스 안에서도 분주한 엄마들, 복지관에서도 여러 간식거리 준비했지만 어머니들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나온 주전부리는 계란, 햄버거, 말린 고구마, 토마토, 사탕, 초콜릿, 누룽지...그리고 수제 티라미슈까지...
엄마들이 이 여행을 얼마나 고대해 왔을지 느껴집니다. 날씨가 흐리다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일정대로 간다고 말하니 엄마들도 박수치며 좋아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드니 벌써 부여 도착입니다.
부소산성 근처 식당에서 파불고기로 한상 차림 든든하게 먹고 부소산성을 올라 백제의 마지막을 구경해보기로 합니다. 숲길을 거쳐 낙화암에서는 삼천궁녀, 고란사에서는 고란약수, 백마강에서는 조룡대가 저마다 백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구드래 선착장으로 가니 이제 우리버스로 불리는 틔움버스가 익숙하게 서있습니다. 틔움버스가 보이면 다음 여정으로 갈 차례~ 부여의 명소 궁남지에서 소담스런 연꽃의 향취를 느끼고, 사진을 찍다보니 일기예보와 달리 해가 쨍쨍해집니다.
다 같이 팥빙수로 더위를 달래고 이제 우리 틔움버스는 전주로 출발합니다. 맛의 고장, 전주답게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은 상차림에 감탄하기 바쁩니다. 생애 최고로 좋은 저녁이었다고 귀뜸 해주는 엄마들. 문득 복지관 식당에서 장애 자녀들을 먼저 먹이기 위해 본인은 대충 국에 밥을 말아 넘기듯이 먹던 엄마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주 한옥마을 안의 한옥체험숙소에 도착 했습니다. 엄마들은 이곳저곳 운치 있는 곳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함께 모여서 자기소개도 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누구 엄마 누구에요.”엄마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봅니다. 1박2일 함께 한 특별한 인연들과 대화의 시간을 보내고 전주 남부야시장으로 향합니다.
전주 남부시장은 주말 밤에 화려해진다는데 사실이네요. 전주 풍납문의 미디어파사드, 신기한 볼거리, 먹거리로 꽉 찬 시장 안에서 저녁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이 후회됩니다.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젊은이들인데... 젊은이들의 시장은 이런 모습이군요. 청년몰에서 살 것도 많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딸에게 줄 부엉이 브롯지도 샀습니다.
한 여름 밤의 꿀같은 24일이 지나고 25일 아침입니다. 한옥체험숙소에서 조식으로 주는 비빔밥 밥상 받으며 엄마들은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밥을 차려준 기억밖에 없는 엄마들에게는 소박한 아침 밥상도 감동입니다. 고즈넉한 한옥 기와 아래서 전주 비빔밥과 전통차를 즐기다 보니 엄마들은 잠깐 잊고 있었던 자녀들 생각이 문득 떠오르나 봅니다.
“우리 아이는 이제 젓가락질을 곧 잘해, 이제 성인이 되니 좌식 상에서도 먹을 수 있어“ 등등 아이들 이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어 전통방법으로 천연염색을 해보는 시간입니다. 손수건을 천연재료를 이용해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무늬는 내 맘대로~! 작품들이 여럿 탄생했습니다.
단체 20명 이상이면 한옥마을 각 안내소에서 무료해설을 해준다고 하십니다. 우리도 신청해서 해설사님을 따라다니니 알고 보는 오목대, 한옥마을, 정동성당, 경기전은 아무래도 다릅니다. 전주한옥마을 곳곳 한복과 옛날 교복을 입은 남녀노소는 색다른 볼거리이자 진귀한 기억입니다. 우리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젊은 날로 가 봤을텐데...과거와 현재가 융합되어 존재하는 한옥마을에서 전주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채우고, 서울 가는 틔움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복지관에 가까이 오니 다시 틔움버스를 돌려 1박2일 힐링캠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이때 쯤 되면 캠프가 참 짧은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편안한 여행을 담당해주신 기사님께 감사 박수를 보냈습니다. 1박2일 알찼던 여행을 마무리하고, 쓰레기 봉투를 하나씩 받아 자리를 정리하며 틔움버스에서 내립니다.
푸른캠프 차가 이어 도착하고 엄마들이 후다닥 뛰어나갑니다. 하루밖에 못 봤을 뿐인데 내 아이들은 언제나 반갑고 좋으신가봅니다. 이렇게 2차 부모힐링캠프&푸른캠프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엄마들 일상도 부모힐링캠프처럼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하길 바라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준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의 동그라미틔움버스에 감사드리며 말입니다.^^